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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후각과 프루스트 효과

사이앱 2022. 7. 28. 11:39

인간의 후각과 프루스트 효과

인간의 후각과 프루스트 효과
인간의 후각과 프루스트 효과

후각 수용체의 발견 이후로 많은 연구결과들이 인간의 후각이 생존 이외의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각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은 후각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후각은 미각을 완성하고 소리와 교차됩니다. 후각이 마비되면 맛을 느낄 수 없죠. 물론 후각 기능을 상실했으나 훌륭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셰프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각이 미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또 후각신경이 연결되는 뇌의 후각 겉질은 소리를 인지합니다. 이 부분에서 후각은 청각과 더불어 공감각을 완성한다고 하는 보고도 있습니다. 후각에 의해 신체의 생리반응이 촉진되는 것을 이용한 아로마세러피는 유럽에서는 대체의학으로 인정받고 있죠. 최근 후각이 신경정신계와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 밝혀지면서 이를 인지기능장애에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프루스트 효과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으며 그 향기에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프루스트 효과'는 소설의 유명한 장면에서 유래한 향기가 기억을 검색하는 단서로 작용하여 오래된 기억을 이끌어내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소설 속의 내용은 후각뿐 아니라 홍차의 맛, 온도 등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한 기억의 소환을 말하고 있지만 프루스트 효과는 특히 후각과 기억의 관계를 말할 때 이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곰팡이 냄새가 섞인 습한 냄새에서 어릴 적 지하실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장면이 떠오르고요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 요리를 하던 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소고기 볶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프루스트 효과에서 말하는 기억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가 유발하는 자전적 기억은 변연계의 아주 오래되고 생생하며 감성적인 희귀하고 잊힌 기억을 이끌어 냅니다. 나쁜 냄새에 대해 강한 기억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진화과정에서 나쁜 냄새를 빨리 알아채서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주로 청각, 시각 자극으로 유발되는 기억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의 청년기의 기억을 형성 하지만, 후각 자극에 의한 기억은 10대 초반 이전의 오래된 기억이고, 이것을 강렬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후각 인지는 다른 감각 정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억이 저장됨을 알 수 있고요, 주의력, 기억력과 같은 기본적인 인지 기능과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냄새 처리 영역과 편도체, 해마는 해부학적으로 강력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냄새 감각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를 활성화시킵니다.

후각과 기억에 대한 연구

또한 냄새 자체에 대한 기억은 다른 유형의 자극보다 오래 기억된다고 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했을 때 냄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냄새와 관련된 외상적인 경험의 기억은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후각 자극이 기억을 떠올리는 단서로 작용할 수 있고 기억의 저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들 연구결과는 후각을 자극하여 기억장애를 완화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에, 대표적인 기억장애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치매에 후각 자극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멘시아'라고 하는 치매는 인지장애증후군으로서 여러 증상 중에서 기억장애가 가장 흔하고 오래 지속되는 증상입니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중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를 중심으로 후각 자극의 활용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거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신경이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이 역시 기억장애가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후각신경이 연결되어 있는 뇌의 후각 처리 영역에는 변연계가 포함되는데요. 뇌의 변연계의 편도체는 주의 집중 및 감정 처리와 관련된 영역이고 해마는 인지능력, 단기 기억과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기 기억이 해마에서 처리되어 대뇌피질에 장기기억으로 저장이 되는데 해마가 손상이 되면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즉, 후각과 기억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는 초기에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요. 병이 진행됨에 따라 향기를 악취로 느끼거나 실제 없는 냄새를 느끼는 등 후각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DGIST 연구팀의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 초기의 후각 인지 저하는 뇌 영역의 기능 저하가 아닌 특정 냄새를 감지·처리하는 후각 신경계와 후각신경세포가 부분적으로 사멸되어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대뇌 손상에 따른 후각 신경계의 소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한 후각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전 단계인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크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기를 이용해서 후각을 직접 활성화하여 그 기능을 유지하면 알츠하이머의 예방과 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특정 향을 맡고 자신만의 옛 기억을 효과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며 특정 향을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 회복 훈련에 사용할 수 있음이 이 또한 논문으로 입증된 바가 있습니다.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산림치유 효과는 피톤치드에 의한 효과일 가능성이 크고요. 피톤치드 성분을 함유하는 사이프러스 에센셜 오일 등을 활용하게 되면 역시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합니다.